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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7월에 이르면서 켄터는 수사팀으로 부터 범인에 대한 추정 내용에 대해서 예비적으로라도 보고해 달라는 압력을 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켄터는 범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추정했다. 범인은 킬번 지역 혹은 그 인근에 최소한 1983년 이 후부터 아내나 여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으며 아이는 없다. 반숙련 노동자이거나 숙련 노동자이며, 임시직으로 일할 수 있는데 이 일은 일반 사람들과 많이 접촉하지 않는다. 그는 또 런던의 철도 체계를 잘 알고 있다. 비록 늘 혼자 이고 여자와 거의 어울리지 않지만 절친한 남자 친구가 한 두명 있다. 피해자들의 진술이 일치하는 내용과 법의학적 증거에 기초해서 켄터는 범인이 20대 후반이며 키는 평균보다 작고 머리카락이 밝은 색이라고 추정했다. 범인은 오른손잡이고 혈액형은 A형이었다. 그리고 켄터는 마지막으로 범인이 1982년 10월 24일과 1984년 1월 사이에 체포되어 구금된 적이 있는데, 이때의 죄목은 성범죄가 아니라 음주나 약물 복용으로 인한 단순폭해잉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넉 달이 지난뒤, 켄터는 사건을 맡고 있던 경찰 간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교수님 어떻게 그런 것 까지 알아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에게 주신범인 추정 내용이 어쩌면 그렇게 정확할 수가 있죠?" 당시 경찰은 용의자로 약 2000명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그중 더피의 이름도 들어 있었다. 1985년 관계가 틀어진 아내를 폭행한 혐의로 체포되었다가 7월에 보석으로 석방된 경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2000명 가운데 1505번째 용의자였다. 그해 9월에 강간당한 피해자가 진술한 범인의 인삭착의가 더피와 비슷했지만 이 피해자는 다른 사람과 섞여 있는 더피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1986년 5월, 한 철도역에서 경찰은 더피를 다시 심문했다. 그는 칼과 휴지뭉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은 그를 기소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증거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켄터의 범인 추정 내용이 밝혀지면서 더피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다. 더피는 4건의 강간과 2건의 살인 사건으로 3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3번째 발견된 피살자에 대한 살인 혐의는 증거가 불충분해서 검사가 기소도 하지 못했다. 법의학적 증거들도 더피가 범인임을 뒷받침했다. 경찰은 그의 어머니 집에서 피살자들의 엄지손가락을 묶었던 특이한 실과 동일한 노끈 뭉치를 찾아냈다. 그리고 피살자 가운데 1명의 옷에서 발견된 13개의 '낯선'섬유조직이 더피의 스웨터 섬유 조직과 일치했다. 컨터는 더피사건을 해결하면서 명성을 얻었고, 그 뒤로 수 많은 사건을 맡아 범인을 추정하는 작업을 했다. 그중 하나가 버밍엄에서 발생한 연쇄 강간 사건이었다.
범인의 마음을 지도로 그리기 - 수사심리학
켄터와 그의 동료들은 곧 경찰에서 자신들에게 범인 추정을 의뢰한 사건들이 전형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경찰들은 그들이 하는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고, 범인을 체포하기 전까지는 범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는 그런 사건들만 의뢰했던 것이다. 그래서 켄터와 동료들은 이미 해결된 사건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먼저 강간 사건부터 시작했고, 이어서 살인 사건, 사기, 금품 강요 등으로 확대해 나갔다. 그들은 강간 사건에 대한 행동 분석 결과의 내용을 풍성하게 컴퓨터 자료로 확보했다. 일반적이고 갑스런 공격, 옷을 벗기는 행위, 육체적인 행동 등 강간 사건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적인 행동들을 '지도'의 한가운데 위치시켰다. 그리고 이 주변에 강간범이 범행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3가지로 나누 배치했다. 그들이 정리한 강간범의 3가지 관점은 다음과 같다. 범행대상을 단순한 '범행대상'으로만 바라볼 경우 범인은 피해자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피해자를 제압할 무기를 휴대하는 등의 사전 준비를 한다. 그리고 만일 범행대상을 쾌락을 위한 수단으로 바라볼 경우 범인은 노골적으로 피해자를 모욕하는 공격적인 태도를 드러내며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다양한 성적인 행위에 동참하도록 강요한다. 또 만일 범행대상을 한사람의 인간으로 바라볼 경우 피해자와 대화를 시도하며 심지어 외모를 칭찬하도 또 관심사나 일상생활에 대해서도 물어보는 등 친밀감을 형성하려고 애를 쓴다. 켄터는 이 3가지 관점이 범인이 스스로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를 분명하게 드러낸다고 믿었다. 위에서 언급한 3가지 유형 가운데 첫번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얻어내려는 계획적인 범죄자이고, 2번재는 자신의 분노를 범행대상에 폭력적이고 공격적으로 쏟아 붓는다. 그리고 3번째는 기본적으로 자기행위에 대해 자신이 없으며 범행을 저지르면서도 피해자와 정서적인 관계를 형성하길 원한다. 데이비드 켄터는 지금도 이작업을 계속하면서 경찰의 의뢰에 응하고 있는데, 그는 이 작업을 '수사심리학'이라고 부른다.
행동양식, 데이비드 켄터 - <범죄의 그림자> 중
'다른 어떤 경우보다 바로 이경우에 행동과학과 셜록 홈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는 분명해진다. 범인의 행동을 심리적으로 분석하고 비교하는 것은 행동양식을 비교하는 것이지 하나의 단서에서 어떤 사실을 추로하는 것이 아니다. 심리분석을 통해 범인을 추정하는 것은 그 인물이 가지고 있는 여러 특징들의 전체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10번째 글에서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베테랑 형사들은 지문 DNA 등의 하나의 단서에서 수사를 시작하는 반면, 범죄분석가들은 다른 객관적인 지표들에서 수사를 시작한다 라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한 오해를 데이비드 켄터의 말에서 풀 수 있을 듯하다. 지문이나 DNA는 부정할 수 있는 핵심적 증거이다. 지금 처럼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주민등록체계가 있기에 지문 DNA로 범인을 특정하고 즉시 검거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나아가 범인의 행동을 심리적으로 분석하고 비교하여 데이터를 쌓는 것으로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범죄 또는 발전할 수 있는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포괄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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