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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에 의한 수사

 

데이비드 켄터의 행동지도

행동지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컴퓨터상에 각각의 범죄사항을 횡으로 입력하고, 종으로는 행동양식을 입력한다. 각각의 범죄에 대해 그 범죄에서일어나지  않은 행동은 적절한 세로줄에 기입하고-예를들어 1열에-, 일어난 행동을 또 다른 세로줄에-예를들어 2열에- 기입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도표를 '데이터 매트릭스' 라고 부른다. 이 도표에서 1열과 2열의 행동 양식들이 비슷하게 나타나는 행들이 이어질 경우, 이들 범죄 사이에는 상관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데이비드 켄터가 사용한 프로그램은 각각의 행, 즉 각각의 범죄를 전체 사각형 내의 한 지점에 찍히는 점으로 표시했다. 컴퓨터는 이 모든 지점들을 서로 연결하고 이어서 가능하면 가까운 연관성을 도출하는 작업을 했다. 두 범죄의 행동양식이 비슷하면 비슷할 수록 이들 범죄를 의미하는 점들의 위치는 가깝게 나타난다. 동일범이 저지른 사건들일 경우 이 지도에 나타나느 점들은 한데 뭉쳐 있는 양상을 띤다. 이 지도는 어떤 버모지가 다른 범죄와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얼마나 비슷하고 다른가들 뚜렷하게 보여준다.

 

또다른 접근법 - 폴브리턴 (직관에 의지하는 수사심리)

 데이비드 켄터가 최초로 개발한 컴퓨터 행동 분석법으로 상습범의 범행을 추적할 때, 또다른 영국의 심리학자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비슷한 문제에 접근하고 있었다. 그는 주로 직관에 의지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는 폴 브리턴 박사였다. 그는 레스터셔의 임상심리학자였으며 <퍼즐 맞추는 사람>이라는 첫 번째 저서를 1997년에 출간했다. 켄터와 마찬가지로 그도 처음에는 아주 우연하게 경찰으 ㅣ살인 사건 수사에 발을 들여 놓았다. 경찰관에게 깊이 빠진 한 젊은 여자를 상담한 일이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서 그는 1984년에 한 살인 사건에 대한 자문을 의뢰받았다. 1년 전 7월에 운하에서 33세의 여자가 살해된 사건이었는데, 경찰이 해결하지 못하고 미제로 남아 있던 사건이었다. 당시 수사 책임자이던 형사가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만일 범죄 현장사진을 보여드린다면, 범인에 대한 여러가지 사항들을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브리턴은 자신은 없었지만 그러겠다고 했다. 피살자는 손과발을 노끈으로 묶인 상태로 목에 5군데 그리고 가슴에 2군데를 칼에 찔려서 살해되었다. 강도나 강간의 흔적은 없었다. 사체 주변에 놓인 종이에는 삼각형 2개를 별 모양으로 엇갈리게 포갠 뒤 그 둘레에 동그라미를 그린 주술적인 의미가 연상되는 도형이 그려져 있었다. 경찰은 이미 1만5000명을 조사하고 80명을 용의선상에 올려놓았지만 모두 무혐의로 석방된 상태였으며, 수사는 그야말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주잉었다. 브리턴은 사흘 동안 곰곰히 생각한 끝에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우선 그 추상적인 도형은 범인이 어떤 의식의 행위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의미가 아니라 범인이 자신으 ㅣ변태적인 성욕구를 합리화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희생자의 몸 여기저기를 무작위로 마구 찌른점으로 볼때 범인은 15세-25세 사이의 젊은 남자라고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범인은 외롭게 사는 사람이며, 또 성적으로 미성숙한 상태로 사회성이 부족해 여자친구가 없으며, 또 부모와 함게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현재 살고 있는 집이 범행 현장에서 그다지 멀지 않으며, 또 그는 피살된 여자를 진작부터 알았을 것이라고 했다. 범인은 날카로운 칼을 익숙하게 사용하는 육체노동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피살자를 쉽게 제압했으며 칼을 피살자의 몸에 깊이 박아 넣은 것으로 볼때 범인이 육체적으로 매우 강인할 것이라는 사실도 추론했다. 브리턴은 또 보고서에 다음과 같은 내용도 적었다.

'범인은 아마도 포르노 잡지를 보면서 폭력적인 성적 환상을 키웠을 것이다. 아마도 당신들이 범인을 체포한다면 엄청나게 쌓여있는 포르도 납지도 함께 보게 될 것이다. 아울러 수많은 종류의 칼에 대한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사건이 일어난지 14개월 뒤 인근 보도에서 21세 여자가 살해되었다. 이번에 살해된 여자는 실이나 끈으로 묶여 있지 않았지만 몸 여기저기르 ㄹ무작위로 찔린 점은 지난 번 사건과 같았다. 브리턴은 두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이라는 경찰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나 그는 범행이 우발적으로 일어났으며 범인이 살해된 여자를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하며, 여자의 어떤 특성이 범인을 성적으로 자극한 것 같다고 했다. 19세의 폴 보스톡이 용의자로 더올랐다. 그의 여러 특성들은 브리턴이 추정한 내용과 맞아떨어졌다. 경찰은 부모와 함게 사는 그의 집을 수색했고, 그이 방에서 수많은 종류의 칼들과 동양 무술의 무기들 그리고 엄청난 분량의 포르노 잡지와 고문당하는 여자를 스케치한 조잡한 그림을 찾아냈다. 그러나 보스톡은 심문을 받는 동안 아무런 자백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브리턴은 심문하는 수사관에게 심문은 신중하게 할 것이며, 때로는 살인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가 변태적인 성요구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든 수사관들이 알고 있음을 그가 알아채도록 행동하라고 주문했다. 마침내 보스톡은 2건의 살인 사건 범인이 자신이라고 자백했다. 그에게 2번째 살인 사건 대상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여자가 빨간색 신발을 신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13년 전 범죄심리 교육을 받을 당시 현직 수사관이셨던 권일용님께서 하신 말씀 중 하나가 '감수사'는 죽은기법이라고 하셨다. 당시의 말씀이 그때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지금은 조금은 이해가 가는 것 같다. 과학적 데이터가 없는 경험만을 토대로 한 '감수사'는 정말 위험한 수사기법임을 말씀하셨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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