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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모와 그의 동료들은 벤쿠버의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와 공동으로 '범인의 지리적 위치 추적' 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범인의 거주지에서 범행이 일어난 장소들 사이 거리의 상대적 가능성을 결정하는 통계확적 공식을 채용한 이 프로그램은 결과를 3차원적 칼라 영상으로 나타낸다. 이 영상은 '위험면'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데 이것은 범행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을 의미한다. 이 결과물을 실제의 평면 지도와 합칠 경우 여러가지 색깔을 동원한 지형도가 해당 지역의 고도를 표시하듯이 범인이 거주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범인의 지리적 위치 추적'이 출력한 이 지도에서 가장 높은 부분은 범인이 거주하는 기항지일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나타낸다.
이 지도는 때로 가장 높은 '봉우리'를 2개 이상 나타낼 때도 있다. 이는 범인이 기항지를 2개 이상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영국의 그레이터런던에 '마르디 그라 폭탄 제조범' 은 폭발물을 우편이나 기타 방식으로 현금 자동인출기, 슈퍼마켓, 공중전화 박스, 비즈니스 센터. 그리고 개인 주택 등의 다양한 공격 지점으로 배달했다. 그리어터런던을 포함한 런던 전역에 총 36개의 폭발물을 설치했다. 범인은 뒤이어 돈을 요구했다. 런던 경찰국은 캐나다에 지리 추정 프로파일링 요청을 했고, 그 결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점이 2개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지점은 서부 지역의 치스윅 주변이었고 또 하나는 남동 지역이었다. 61세의 에드거 피어스와 그의 형인 로널드 피어스가 현금 자동인출기에서 몸값을 빼내려다가 체포되었다. 그제야 드러난 사실이지만, 이들은 치스윅 주변에 살고 있었으며, 남동 지역에도 가족들이 살고 있었다.
비록 지리 추정 프로파일링 기법이 애초에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범행을 분석 하기 위해서 개발되기는 했지만, 로스모는 '범인의 지리적 위치 추적'을 이용해서 단 1차례의 살인밖에 저지르지 않은 범인의 기항지를 족집게처럼 집어낸 캐내다의 사례를 소개한다. 1995년 10월 어느날 밤, 브리티쉬 컬럼비아에서 한 남자가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10대 소녀 2명을 공격했다. 1명은 살해되어 사체가 3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고, 1명은 가까스로 범인의 손아귀를 벗어나 비틀거리면서 인근 병원에 나타났다. 며칠 뒤, 범인은 피살자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가족들을 괴롭히고, 심지어 피살자의 묘비를 훔쳐 훼손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종이쪽지를 렌치에 묶어서 피살자의 집 창문으로 던져 넣기도 했다. 범인이 저지른 13차례의 이런 크고 작은 도발적 행위들을 바탕으로 '범인의 지리적 위치 추적'은 범인의 기항지가 있는 지역을 좁은 범위로 압축했고, 마침내 범인을 체포했다.
지리 추정 프로파일링은 억욱하게 누명을 쓴 사람의 무죄를 입증하기도 했다. 1969년 1월 어느 날 아침, 캐나다 서스캐처원의 새스커툰 지역에서 간호보조원인 젊은 여자가 출근하려고 버스정류장에 서있다가, 신원 불명의 남자에게 골목으로 끌려가 강간을 당한뒤에 칼에 찔려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16세의 밀고르드가 그녀를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는 감옥에 갇힌 뒤에도 계속해서 무죄를 주장했다. 그런데 1990년에 또다른 남자가 그 여자를 살해항 요의자로 떵올랐다. 이름은 래리 피셔였고, 범죄 현장인 버스정류장에서 불과 한 블록 떨어진 거리에 살았으며 상습 강간범이었다. 밀고르드의 가족은 사건 재수사를 주장했고, 법원이 이 주장을 받아들여 지리 추정 기법이 동원되었다. 이 사건에 대해서 로스모는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간호보조원 살인 사건과 피셔가 저지른 여러 강간 사건들은 범행의 위치나 수법 등이 매우 비슷했다. 범행 지역이 동일하고, 차고나 울타리, 식물등에 가려 사람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를 범행 장소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범행의 지리적 환경이 비슷하며 범행 대상을 사냥하는 유형이 비슷하고, 공격을 감행하는 수법과 옷을 벗기는 방식, 칼을 사용해 잔인한 방식으로 강간을 저질렀다는 점이 동일했다. 문제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던 날 아침의 밀고르드가 처해 있던 상황으로 볼대 그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없다.'
마침내 1997년에 DNA 검사 결과가 나와서 밀고르드의 무죄과 확인되었고 피셔는 살인죄로 체포되었다. 지리 추정 프로파일링 기법은 빠르게 확산되어 가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밴쿠퍼 경찰서는 미국, 영국, 독일, 벨기에, 그리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그리고 중동의 여러 국가들로부터 지리 추정 프로파일링 기법에 관련된 협조 요청을 방았다. 이 기법은 캐나다에서만 지금까지 100건 이상의 사건 수사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영국 및 기타의 다른 나라에서 활용한 사건들까지 모두 포함하면 1500건이 넘는다. 지리 추정 프로파일링 기법은 현재 영국에서도 범죄 수사에 전문적으로 조언하는 국가범죄 자문단을 통해서 활용된다.
범죄자의 범행수법과 인상적 착의 특이점 등을 활용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범죄수사의 발전이 이루어져 왔다. 앞의 글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범인은 이동하는 폭탄과 같은 존재이다. 평균의 사람이 일년에 2만-3만키로 정도 움직인다면, 범죄자는 그의 10배가 넘는 20-30킬로미터를 움직인다. 그렇기에 이번 주제인 지리 추정프로파일링 기법은 매우 중요한 수사단서가 되면서, 범죄차단효과를 낸다. 가장 중요한 것이 범인을 추정하는 것이고 그다음이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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