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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흔히 자신을 추적하는 수사관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이들이 남긴 메시지의 내용은 수사관을 비웃거나 자신만만함을 과시하는 것이기도 하고, 때로는 10대 살인범인 윌리엄하이렌스처럼 극도의 절망감으로 도움을 청하는 것이기도 하다.'
폴 브리턴은 범인이 남긴 행동 증거의 조각들을 모아서 범인의 심리적 특성을 조합해 내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퍼즐 맞추는 사람' 이라고 불렀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몇몇 사건들의 경우, 특히 사람을 납치 혹은 유괴한 뒤에 몸값을 요구하는 사건이나 익명의 협박 편지를 보내 금품을 요구하는 사건일 경우 수사관이나 심리분석가는 범인과 보다 가깝게 접촉하게 된다. 이들은 범인이 남긴 쪽지를 접하고 심지어 목소리까지 듣는다. 이런 메시지들은 물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이 메시지의 내용과 양식을 통해서 범인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앞의 여러 장에서 수 많은 납치사건과 살인 사건을 언급하면서 범인이 말이 나 글로 희생자 가족이나 심지어 경찰에까지 연락을 취해 왔던 사례를 살펴보았다. 우선 이 메시지들은 단순하고 실용적일 수 있다. 그러나 만일 사건 수사가 길어지고 경찰이 도저히 자신들을 잡을 수 없을 것 같은 경우에 범인들은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보다 대담한 범행 수법으로 수사관들을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경향을 드러낸다. 이런 점에서 특히 마이클 샘스 사건은 흥미롭다.
샘스가 보낸 편지들
샘스가 리즈 경찰서에 처음 보낸 편지 내용은 이러했다. 이 편지는 샘스가 줄리 다트를 이미 살해한 뒤에 발송했다는 사실은 뒤늦게 밝혀졌다.
젊은 매춘부가 지난밤에 채플타운 지역에서 납치되었다. 만일 아래에 적은 조건대로 따라주면 무시하 돌려보내겠다. - 이어 몸값을 전달하는 방식을 자세하게 설명한 뒤에 다시 다음 내용이 ㅣ어진다 - 인질은 이번 일을 목적으로 빌린 집에서 잘먹고 훌륭한 보살핌을 받을 것이며, 전기 본선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적외선 감지 장치가 24시간 내내 그녀를 감시할 것이다. 몸값을 지불하면 인질이 잡혀 있는 곳의 주소를 가르쳐주겠다. 이 집에 들어서기 전에 반드시 바깥에서 전기 스위치를 당겨야 한다. 문을 열기 전에 혹은 어떤 움직임이 포착되면 감지 장치가 작동한다.
샘스는 이편지를 자신이 가지고 있던 구형 오리베티 타자기로 작성했다. 매우 긴편지였고, 뒷부분으로 갈 수록 문법이 맞지 않고 철자가 틀린 부분이 많이 나왔는데, 이는 샘스가 편지를 쓰는 동안 점점 흥분했고 그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심지어 이 단계에서 이미 그는 경찰과 게임을 벌이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예를 들어, 적외선 감지기 운운하며 몸값을 전달하는 여성 경찰관이 안티탬퍼와 통화 감지기를 밖에서도 뚜렷하게 보이도록 차 안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은 현실성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또 샘스는 '이번 일을 목적으로 빌린 집'에 여자를 감금해 두고 있다면 나중에 여자를 풀어줄 경우 경찰이 쉽게 자신을 추적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리 없었다. 줄리 다트의 사체가 발견되 ㄴ직후에 2번째 편지가 도착했다. 샘스는 경찰의 관심을 붙잡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점점 더 대담해져싿. 그리고 편지에 오타나 문법적인 오류가 더 많이 나타난 것으로 볼때 더 흥분했음을 알 수 있엇다. 3번재 편지에서는 그는 경찰이 펼치는 작전이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음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자신이 명석하다는 믿음을 대담하게 과시한 것이다. 그런 다음에 그는 심지어 다음과 같이 신문 기사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기 까지 했다.
'줄리아는 맞아서 죽지 않았다. 그녀는 뒷머리에 3대 혹은 4대를 맞고 의식을 잃었는데, 그 다음에 목이 졸려 죽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다.'
이런 반응은 이 유형의 살인자가 가지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 유형의 살인자는 언론의 부정확한 보도를 곧바로 지적하고, 이러한 방식으로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고 또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려고 노력한다. 접촉 시도가 2번 있은 뒤에 다음 편지가 왔다. 손으로 쓴 편지였고, 더욱 자신만만한 모습이 엿보였다. 또 '살인광 잭'이 보낸 편지들의 섬뜩함을 모방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나가지 않아 미안하다. 간밤은 한가한 월요일 오후가 아니었다. 월요일 저녁에 인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화장을 해야하지만, 화장하는데 여러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이 편지는 '안녕, 화요일에 전화'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샘스가 정말 자신을 위장하기 위해 화장을 하려 했다고 경찰이 믿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샘스가 정말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또 접촉할 때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경찰에게 인질로 2명을 자동차에 태워 러버스 레인에 있게 하라는 제안도 진짜 같지 않았다. 경찰과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밖에는 볼 수 없었다. 이때 샘스와의 전화 접촉이 이루어졌는데 녹음한 목소리를 변조되어 있었고 그가 한 말 가운데 'services'라는 한 단어만 확인했을 뿐이다. 편지에 이어서 또다시 샘스가 경찰서로 전화를 걸어왔다. 경찰로서는 샘스가 변조하지 않은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깜짝 놀라 미처 녹음을 하지도 못했는데, 그는 목소리를 변조하는데 쓰는 녹음기가 고장났다고 했다. 그리고 이어서 다시 편지가 왔다. 철자와 문법이 엉망이었다. 예를들어 '게임은 끝쳤다.' 등의 문법과 문맥에 맞지 않는 편지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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